11월 by 금명주






밤 열한시에 파스타를 삶다가 앞으로 나는 어떻게 살아야 되는가에 대한 생각이 들었는데, 이 고민은 5년전에도, 10년전에도 늘 해 온 것이다. 
어제 낮에 엄마랑 잠깐 통화를 하다가 엄마가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모르겠다고 하셨다. 평생 답이 안나오는 고민인가 보다.
어느 날 혜리가 오늘 내일 행복하게 살면 된다고 했는데 그러면 평생 행복해지는거라고, 오늘 나는 행복한가. 내일 나는 행복한가. 행복해야 하는가. 왜 행복해지려고 모두들 애쓰는가. 싶어졌다.

얼마 전, 집 앞에서 하나와 햄버거를 먹다가 발 밑에 있던 가방이 순식간에 사라지는 경험을 했는데, 그 안에는 내가 갖고 있는 몇몇의 값진 물건들이 몽땅 다 들어 있었다. 산지 한달도 안된 아이폰텐에스, 쿠엔카 여행사진들, 에어팟, 지갑, 공간열쇠, 신분증, 신용카드. 직원에게 부탁해 CCTV를 확인했더니 옆테이블에 앉은 여자가 발로 슥슥슥해서 통째로 들고 나갔다. 뭐부터 해야할지 생각한 후 집으로 와 맥으로 아이클라우드에 접속해 핸드폰을 분실모드로 해두고, 이 곳 은행 사이트에 들어가 카드를 정지하고, 스카이프로 현대카드에 전화해 카드를 정지하고, 곧 도착하는 체크인을 받기 위해 공간으로 서둘러 갔다. 
비가 오는 스산한 저녁이었다. 

많은 것을 잃었지만, 줄리앙은 밤새 내 옆을 지켜줬다.
그날 밤 스트레스로 온몸이 경직된건지 화장실에서 한시간동안 애를 쓰다 눈물이 나도록 힘이 들었다. 그날 밤 나는 온 몸에 수분이 다 빠진 상태로 침대에 간신히 누워 겨우 잠든 뒤 새벽에 다시 깨어 지옥을 경험했다. 잃어버린 물건들은 다시 사면 그만이다. 잃지 말아야할 것은 건강한 몸, 건강한 정신.

핸드폰은 일을 해야하니 다음날 애플에 가서 다시 사왔고, 에어팟은 있으면 정말 편하나 없이도 살 수 있어 보류중이고, 지갑은 없는대로 일단 지내보고, 열쇠가게 사장님이 오셔서 공간 두 곳의 열쇠를 모두 교체했고, 경찰서에 가서 이 모든 것을 신고했다 (되돌릴 수 없으나 신분증 재발급을 위해) 낯선 분위기의 경찰서에서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난 경찰의 친절한 태도와 다정한 말투에 속상했던 마음이 어느정도 풀렸다. 그리고 카페에서 따듯한 차를 마시다 핸드폰 분실 관련 메세지가 와서 아이클라우드에 접속했다가 메세지피싱에 걸렸음을 알았고 분실모드로 해 둔 잃어버린 나의 핸드폰은 도둑의 손에 완전히 들어갔다. 내 핸드폰에 들어있던 나의 거의 모든 정보가 도둑의 손으로 들어가 이차 멘탈 붕괴. 나는 다시 또 이것을 극복해야 한다.




11월은 비자갱신으로 변호사와 계속 연락을 해야 하고, 필요한 서류를 위해 남부에 다녀와야 할 것 같아 바쁜달 예정.

하루만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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